퇴근 후 나만의 AI 팀
PART 01네이밍컨셉

아이데이션 — 이름 짓기가 곧 서비스 정의였다

"이 이름이 문장의 주어가 될 수 있는가." 상표권과 같은 무게로 검토된 질문이 브랜드를 만들었다.

2026-08-055분 분량
세컨마인드듀얼브레인코그넥트채록

"두 번째 뇌"라는 컨셉 자체는 새롭지 않다. 메모 앱, 노트 앱은 앱스토어에 발에 치일 만큼 많다. 내가 정한 차별점은 이거였다: 사용자가 기록하는 앱이 아니라, AI가 대신 기록해 주는 앱. 스치는 생각을 던지면, 읽다 만 기사 링크를 던지면, 스크린샷을 던지면 — AI가 알아서 요약하고, 폴더에 정리하고, 태그를 달고, 이전 기록과 연결해 준다. 사용자는 던지기만 하면 된다.

이 차이는 말장난이 아니라 제품의 무게중심을 바꾼다.

  • 기록하는 앱 : 사용자에게 성실함을 요구한다. 폴더를 설계하고, 제목을 붙이고, 태그를 관리해야 쓸모가 생긴다
  • 대신 기록해 주는 앱 : 사용자에게 던질 용기만 요구한다. 일단 던지면 정리는 저쪽 일이 된다

그래서 대부분의 메모 앱은 2주쯤 지나면 정리되지 않은 조각들의 무덤이 된다. 나 역시 그 무덤을 여러 개 만들어봤다. 정리가 안 될까 봐 안 던지게 되는 것 — 기획자로서 내가 없애고 싶었던 마찰은 정확히 이 지점이었다.

이 컨셉을 잡고 나니 이름이 문제였다. AI에게 후보를 뽑게 하고 같이 굴렸다. 세컨마인드, 노드북, 온톨리, 코그넥트, 듀얼브레인, 나이테… 하나같이 그럴듯했고, 하나같이 어디서 본 것 같았다.

최종안은 채록(採錄). "채집하여 기록한다"는 뜻의 우리말이다. 결정적인 이유는 어감이 아니라 문법이었다. 채록은 동사가 되는 이름이라, 앱 안의 AI에게 "채록이"라는 이름을 붙이면 "채록이가 대신 기록했어요"처럼 AI를 문장의 주어로 세울 수 있다. 클로바, 빅스비처럼 이름을 가진 AI가 나에게 말을 거는 구조가 이름 하나로 완성되는 것이다.

이름이 정해지자 그 다음 결정들이 알아서 줄을 섰다. 앱 안의 AI를 뭐라고 부를지, 알림 문구를 누가 말하는 것으로 쓸지, 온보딩 첫 화면에서 사용자에게 건네는 첫 문장이 무엇일지 — 전부 "채록이가 주어"라는 규칙 하나로 정리됐다. 이름을 늦게 정했다면 화면마다 화자가 제각각인 앱이 됐을 것이다.

기획자로서 이 순간이 좋았다. 수많은 네이밍 회의에 앉아봤지만, "상표권 충돌 여부"와 "이 이름이 문장의 주어가 될 수 있는가"가 같은 무게로 검토된 적은 없었다. 이름이 브랜드 전략이 되고, 브랜드 전략이 앱 안의 모든 문장 규칙이 되는 것 — 이게 이 프로젝트에서 내린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.